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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호주 워킹홀리데이

호주 워킹홀리데이 포기하다...

이나즈엘 2015. 2. 10. 11:30

  피를 마시는 새의 제이어 솔한을 아십니까... 누구나 실패를 원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나 가지고 있죠. 저 또한 실패를 원하지 않는 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 누구와도 다를 바 없습니다. 누가 실패를 원할까요. 누가 실패를 하고 싶어할까요. 누가 실패를 추구할까요. 실패를 추구하지 않지만, 성공만을 추구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것, 거부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실패입니다. 어쩔 수 없죠.

  보통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실패하고 돌아오는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의 부류중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가 그것을 밝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가 자신이 실패한 이야기를 쓰고 싶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린데요. 그에 반해서 성공한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성공했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성공한 이야기는 자랑하고 싶고 외부로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사실 실패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라와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이 호주에 가서 큰 성과를 얻고 올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제 실패담을 인터넷에 올리기에는 부담도 되고 가슴도 아픕니다...

  제가 호주로 출국한 것은 작년(2014년) 9월 16일입니다. 이때의 가장 큰 실수는 필리핀을 경유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때는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왜 필리핀을 가냐는 식으로 말을 하시더군요.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필리핀을 갔어야 했습니다. 제가 설득을 했어야 했죠. 아니, 사실 그 이전에 1년 정도 한국에서 알바를 하든 뭐를 하든 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유학 상담원의 말발에 넘어가버려 급하게 가게 되었다는 것도 한 몫 합니다. 본인이 한국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열심히 공부를 해서 많은 것을 습득하면 된다는 허황된 말을 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이라는 식으로 말한 것에 속아 넘어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수수료만 받으면 끝나는 일입니다. 어차피 제가 호주에 가서 1년을 다체우고 오든, 1,2개월만에 돌아오든 상관 없는 인간들인 것이죠.

  외국어를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장기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가 아닌 외국어 그 자체를 습득하기 위한 공부로써는 말이죠. 예를 들어 주중에는 공부를 하지 않고 주말에만 14시간을 몰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하루에 2시간씩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입니다. (물론 하루에 10시간씩 공부를 하면 일주일이면 70시간이라는 말도 안되는 시간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험용이고 중간중간에 쉬면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10시간은 불가능한 수치이며 효율 또한 좋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쉬지 않고 공부를 하면 공부한 내용이 서로 간섭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흔히들 하나를 배우면 10개를 잊어먹는다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경우가 간섭이 일어난 경우라고 합니다. 기억은 뇌에 새겨지는 것이고 그 방법은 단백질의 합성이라고 합니다. 뭔가를 배우면 그 지식을 뇌에 새길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다보니 호주에 가서 영어를 쓰기도 힘들고 알아듣기는 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카플란에 등록을 했기 때문에 괜찮긴 했지만, 2개월만 공부하고 일을 하기에는 너무 짧았습니다. 일주일 평균 21시간의 공부는 좀 아쉽기도 했지요. 그리고 학원이 끝난 후에도 공부를 하긴 했지만 듣기와 말하기를 더 하기에는 힘들었습니다. 그저 숙제와 단어공부 카플란에서 지원하는 카플란 툴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한 자율복습과 한국 EBS랑을 통한 인터넷 강의가 전부였습니다. 물론 긴 시간을 투자했죠. 학원 외에도 집에서 4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으니까요.

  그래도 영어는 안됐습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집 밖에서 영어를 쓰고 싶어도 호주인들은 우리가 말하기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주지도 않고요. 우리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천천히 말해주는 사람들은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입니다. 카페, 패스트푸드점, 그 외에도 여러 가게나 공항 등등... 그러나 항상 돈을 들고 가야 한다는 점이 있고 길게 얘기할 수도 없다는 단점도 있죠. 사실 호주에서 영어 실력이 든다는 것은 저같은 사람에겐 불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한인 잡을 알아볼 수 밖에 없는데 학원이 큰 장애물의 역할을 했죠.

  카플란 8주 과정을 마친 저는 로우인터로 올라갈 정도의 실력을 얻었지만 다른 학원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S** 학원입니다. 호텔이나 리조트 연계로 공부를 하면서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는 곳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영어실력이었습니다. 안되죠. 정말 아무것도 안됩니다. 특히 듣기가 정말 어려울 뿐더러 전화인터뷰의 특성상 사람이 말하는 것이 정말 하나도 안 들렸습니다. 게다가 S** 학원에서 1개월 정도 공부를 해본 결과 솔찍히 영어를 배우는데 좋은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 전부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서로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큰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그 결과 S** 학원을 마친 후의 제 영어 실력은 카플란에 있을 때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상황이 호텔 하우스키핑 면접도 실패하다보니 저는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미드필드. 바로 그 악명높은 미드필드를 가게 되었습니다. 3주간의 웨이팅 이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은 견뎠습니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2주째가 되어가는 지금도 오른손의 손목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차라리 근육통은 회복이라도 빠르지만 관절이 아픈 것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더군요. 이 와중에 부모님에게 두 차례나 돈을 송금 받았습니다. 호주에 더 있으려면 돈을 송금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 같아서 부모님에게 물어봤습니다. 힘들면 돌아오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진 않았지만 그 힘들면 이라는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가 힘든 게 아니라 부모님이 힘들어할 거 같았기 때문이죠. 이미 두 번이나 돈을 송금 받은 상태에서 한 번 더 보내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다시 맬번이나 시드니로 가기에는 미래가 보장 되지도 않았고 제 수중에 있는 돈을 다 써버리면 한국에 돌아갈 수 있는 돈이 없어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인 잡이라도 하고 더러운 일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미 일을 저질러 버린 상황에서 남은 것은 후회뿐입니다. 사실 호주에 가기 전부터 마음이 내키진 않았었습니다. 1년 정도 한국에서 좀 더 준비를 하고 가야했고 부모님이 뭐라 하든, 유학 상담원이 뭐라 하든 제 주관을 좀 더 강하게 말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와서 이런 생각을 해봤자 나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그저 우울하고 후회되기만 합니다.

  이 글을 읽어보신 여러분께서는 부디 철저한 계획을 세우시고 자기 자신을 믿고 호주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후회와 실패만을 남기지 마시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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